깜빡이는 가로등 몇 개가 남아 골목길을 비추는 으슥한 골목사이로
츠윽 츠윽 슬리퍼를 끄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아.... 인생이 왜 이리 뭣같냐'
산발진 머리 위로 뭉게뭉게 담배연기가 피어오른다
'이번이 벌써 2번째네... 도대체 난 언제쯤 취업이 될까...'
'언제까지 부모님돈만 축낼 수는 없는데...'
'이참에 대기업 취업은 때려치고 작가나 해볼까?'
'그래! 빠른 포기가 더 현명하다는 말도 있잖아!'
'내일부터 바로 글쓰기 강좌부터 신청해야겠다!'
'벌써부터 보람차게 내일을 보낼 생각하니까 너무 뿌듯하다'
'내 글이 대박나면 어떡하지? 수익이 들어오면 뭐부터 사먹을까?...'
오늘도 노력보단 한심한 소리나 늘어놓으며
경쾌한 발걸음으로 뛰어가는 강현이었다.
비좁은 골목길을 지나 5분정도 더 걸어가 그가 사는 허름한 고시원 앞에 도착한다.
비좁은 입구를 지나고 긴 통로 끝에 놓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가장 구석진 곳에 위치한 그의 집이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땀냄새가 섞인 블쾌한 냄새가 풍긴다.
'아 한것도 없는데 피곤해... 밥 먹기도 귀찮네 그냥 씻지 말고 잘까..'
'그래! 뭐 3일 정도 안 씻어도 별 문제 없겠지... 내일은 더 열시ㅁ......zzz...zzz...'
머리를 댄지 30초가 채 지났을까.. 벌써깊게 잠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 새벽3시 아직 깊게 적막이 내려앉은 고시원에 어두운 그림자가 하나 들어온다
아직 겨울이라고 하기엔 너무 이른 10월이지만 그림자가 지나간 자리엔 하얗게 성에가 낀다.
그저 쳐다보았을 뿐인데도 스산한 분위기에 털들이 쭈뼛쭈뼛선다.
그렇게 그림자가 멈춰선곳은 강현이 들어갔던 그 문앞이었다.
'강현... 강현... 강현... 망자는 사자의 부름에 답하라...'
세상 편안한 얼굴로 자고있던 강현의 몸이 두둥실 떠오른다.
그시각 세상 편안한 얼굴로 꿈나라에 있는 강현은...
'어 나 착한일을 많이해서 천사가 되려나봐!'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되는 모양이다.
그림자는 떠오른 강현의 몸에 포승줄을 둘둘 묶기 시작한다.
단단히 줄에 고정된 강현은 그림자의 포승줄에 묶여 공중에 뜬상태로 어딘가로 끌려간다.
그림자는 가볍게 몇 걸음 내딛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인적이 드문 산에 도착했다.
'죽어서도 이렇게 팔자좋게 쳐자는놈은 사자생 처음이구먼...'
그림자는 주머니에서 액체가 담긴 병을 꺼내들고 바닥에 알 수 없는 모양을 그리더니 이상한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잠시후 기이한 모습을 한 커다란 기둥 2개가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천하대장군!'
'나는 지하여장군!'
'우리를 부른 이유가 무엇이냐!'
그림자는 정중히 인사를 건내고는 주머니를 뒤적거려 동패를 꺼내 보여준다.
'급사과 소속 차사 서강림입니다, 그리고 이건 부탁하신 오랫동안 사람손이 닿지 않은 물건입니다'
비바람에 부식되고 낡은 기괴한 인형을 품에서 꺼낸다
'오..! 상등품으로 가져왔... 크흠.. 통행료는 이걸로 받는걸로 하지...'
'天下大將軍'이라고 적힌 기둥에서 나온 두 팔이 인형을 낚아챈다.
'에휴 영감탱이 취향하고는 쯧쯧쯧....'
地下女將軍이라고 적힌 기둥이 한심하다는듯 혀를찬다.
그림자와 강림은 순식간에 두 기둥 사이에 만들어진 푸르스름한 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간다.
소용돌이 안으로 들어가자 여러 사람들의 끔찍한 절규가 울려퍼진다. 그러나 이런 난리통에도 강현은 아직 곤히 자고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 얼마나 깊은 곳까지 내려왔을까, 영혼인 상태로도 전해지는 압박감에 강현이 인상을 찡그리기 시작한다.
'쿵!' 소리와 함께 차사가 강현을 바닥에 패대기친다
'일어나라 망자여, 여기서부턴 스스로 걸어가도록해라!'
낮고 위엄있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동굴처럼 울려퍼진다
부스스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강현
'아니 누구신데 자꾸 저를 부르...'
말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다 표정이 굳는다. 그러고는 강현은 안심하며 웃음을 터트린다
'아ㅋㅋ 뭐야 아직 꿈이었네... 다시 자야겠다...'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하고 헛소리를 지껄이는 강현의 목덜미를 잡고 끌고가기 시작한다
'아앗! 아니 아저씨 저승사자 코스프레 하고계신건 알겠는데 이것 좀 놓고..'
갑자기 강현의 머리에 의문이 스친다. '근데 이거 왜 꿈인데 아프지?'
강현이 의아하게 생각하던 찰나 그림자가 대답한다
'꿈이 아니다 어리석은 망자여'
그림자의 몸에 손을 대려는 순간 테이저건을 맞은듯한 충격이 포승줄로부터 전해진다.
'아아아악!! 폭력적으로 나오시겠다? 내가 이까짓 줄만 풀면!'
온몸을 비틀며 포승줄을 풀어내려 강현이 안간힘을 쓰기 시작한다
'우매한 망자여 그 줄은 네깟녀석의 힘으론 절대 풀수가...... 어..?'
금방이라도 터질듯한 얼굴로 힘을주자 포승줄이 한가닥씩 튿어지기 시작한다.
'어... 이건 예상에 없던 일인데... 그래! 잠시 기절해 있어라'
품속에서 곤봉을 꺼내 머리를 내려치자 '깡'하는 경쾌한 소리가 울려퍼지며 강현의 시야가 흐려진다.
'이... 개ㅅ...'
강현이 눈을 떴을때는 다른 그림자와 사람의 형상을 한 무언가들이 언성을 높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니 이제와서 그러시면 어떡합니까? 이미 데려왔는데...'
'너가 좀 더 주의깊게 봤어야...'
'아니! 거기 이름도 똑같고 나이도 똑같은 사람이 둘인데 설명을 똑바로 해주셨어야지!'
'이거 잘못 데려온거라도 걸리면 저희 다 지옥행입니다!'
머리를 매만지며 강현이 일어난다.
'아우 머리야.... '
그림자와 그의 상사로 보이는 사람이 깜짝 놀라며 그를 쳐다본다
'그나저나 방금 지옥 뭐라고... 여기 지옥이에요?'
호기심에 찬 눈으로 주위를둘러보며 말한다.
'근데 잘못데려왔다는건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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