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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희망

by greentworkshop 2025. 11. 12.

고진감래(苦盡甘來)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이 말은 많은 사람들이 희망적인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꽤 막연하고 무책임한 말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내일은 좀더 나아질 거야'라며

하루를 버틸 힘과 위로를 건내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천년만년 가는 기쁨도, 슬픔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정작 고난이 닥쳤을 때, 대부분의 이들이 그 사실을 망각하기 때문에

이런 달콤한 말로 포장된 막연한 희망은

때로는 우리를 더 큰 절망에 빠트리기도 한다.

고통의 크기와 다가올 행복의 크기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하나의 고통이 끝난 뒤 또 다른 고통이 찾아오기도 한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친절히 설명해주지 않기에

또한 그 누구도

이 고통이 얼마나 길지, 언제 끝날 것인지,

정말 이 끝에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기에

무책임한 희망은 종종

간절한 이들의 희망을 갉아먹는 독약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막연한 희망이 누군가에게는 생명줄이 되기도 한다.

소설 『마지막 잎새』의 존시처럼 말이다.

존시는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살아갈 의지를 되찾았다.

그 희망이 비록 근거 없고 허망한 것이라 해도,

그에게는 삶을 이어가게 해 준 유일한 이유였다.

그래서 고진감래 같은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때로는 ‘근거 없는 희망’이 사람을 버티게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하니까.

그러나 막연한 희망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언젠가는 좋아지겠지”라는 수동적인 믿음은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

설령 상황이 우연히 좋아졌더라도,

그건 당신의 간절함이 이뤄낸 기적이 아니라

우연의 산물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러한 우연들이

당신의 삶에 몇 번이고 찾아올 것이라고

기대해서도 안된다.

그러한 믿음은 언제나 더 깊은 절망을 부를 뿐이다.

만약 당신이 끝이 보이지 않는 긴 동굴에 갇힌 듯한 기분이라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신, 문제를 직시하고 파악해야 한다.

지금 내가 겪는 어려움의 원인은 무엇인지,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해결을 위해 작은 행동이라도 시작하자.

기도는,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희망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우리가 움직일 때 비로소 찾아오는 것이니까.

고진감래는 듣기 좋은 말이지만,

그저 기다림만을 미덕으로 여기지 말자.

고진감래의 진짜 의미는 고통이 끝나길 바라며 무작정 버티라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견디며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서는 용기를 말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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