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아이템>
손에 꼭 쥔 '下級'이라고 새겨진 동패에서 은은한 빛이 새어나온다.
['진실의 눈' 스킬을 사용하시겠습니까?]
"확인"
+
아이템명 : 동패(銅牌)(F+)
내구도 : 10/10
천계에서 인간들의 신앙심 정도를 구분하기 위해 특별 제작된 동패(銅牌)
새겨진 글씨는 ' 下級'으로 4가지 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이다.
오직 등급을 구분하기 위한 용도로 다른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어보인다.
※ 등급의 분류는 하급, 중급, 상급, 최상급 모두 4가지이며
높은 등급일수록 평균적으로 좋은 아이템을 고를 수 있다.
+
에휴,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교회좀 다닐걸...
뭐 이런 생각을 한다는 부분에서 이미 글러먹었지만,
뭐, 그래도 공짜로 준다는게 어디야?
"여기, 여기!"
바로 옆에서 손을 열심히 흔드는 다솜이가 보인다
번쩍 치켜든 다솜이의 오른손으로 밝은 빛을 뿜어내는 은패가 보인다.
"어, 알았어~"
무심코 들어올린 손에 꼭 쥐고있는 동패가 어쩐지 더 초라해 보인다.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은은하게 새어나오던 동색이 어느새 똥색으로 변해있었다.
"괜찮아~ 혹시 알아? 더 낮은 등급이 있을 수도 있잖아?"
그런 나를 의식이라도 했는지 위로아닌 위로를 건낸다
"으음, 그래..."
그냥, 뭐든 받을 수 있다는데 의미를 두기로 했다.
둘 사이에 잠깐 정적이 흘렀다.
"저..."
먼저 어색한 침묵을 깬 사람은 금발머리를 한 남자아이였다.
"혹시...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고 계신가요?"
날개가 있었다면 아마 천사로 착각했을 정도로 아주 잘생긴 미소년이었다.
"글쎄? 누나도 잘은 모르는데 사람들이 다들 저쪽으로 가더라고"
한 손으로 머리를 넘기며 가리킨 손끝이 향한 곳에는 거대한 구름벽들이 보였다.
"아, 네 감사합니다. 예쁜누나"
"어머, 어쩜 말도 이렇게 이쁘게 할까~"
"괜찮으면 누나가 저기까지 같이 가줄까?"
"정말 그래도 괜찮을까요?"
"그럼! 너도 괜찮지 강현?"
"글쎄다."
괜찮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는 듯이 노려보는 탓에 마지못해 승낙했다.
"그럼 우리 간단히 통성명부터 할까?"
"여기 이 형은 '강현'내 이름은 '김다솜'이야 너는?"
"제 이름은 '크리스'고 올해로 20살이에요"
"아, 그래? 누나는 26살이거든 잘됐다! 그럼 편하게 '다솜이 누나~'라고 불러!"
니가 그러시는데 아주 퍽도 편하게 부르겠네요
"네~ 다솜이 누나"
얼씨구?
평소보다 다분히 상기된 표정이 심술이 돋는다.
"저는..."
...
긴대화를 대충 간단히 요약하자면...
신부님이 운영하시는 보육원에서 자랐고
신부님께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싶어서
신부라는 꿈을 갖게되었고
신학교에 입학해 들어가자마자
약 7억명 이상이 죽게된 그 사건 때문에
신부님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
"...해서 그렇게 된거에요."
"어쩜, 딱하기도 해라..."
"근데 누나 여기는 막다른 길 아니에요?"
우리들 앞에 우뚝 솟은 구름벽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게 어딜 봐도 특이해 보이는건 없는데?"
온통 새하얀 구름뿐인데...
대체 어디에 창고가 있다는건지
"어라? 이상하다 분명 이쪽으로 지나갔는데?"
구름으로 된 벽을 짚으려 손을 뻗으며 다솜이가 말했다.
"어.어.어!"
넘어지지 않으려 허우적 거리다가 철푸덕 나자빠졌다.
"으악!"
"누나! 괜찮으세요?""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온 걸걸한 목소리에 당황했는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야, 괜찮냐?"
"우와... 저게, 다 뭐야? 니들도 넘어와서 봐봐!"
괞 창피해서 말 돌리는건가? 뭐, 이럴땐 넘어가 줘야...
"저게 다 뭐야...?"
구름 속을 뚫고 들어가자 아주 넓은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청공항의 서너배는 우습게 넘어보이는 거대한 건물과
그곳에 수많은 천사들과 사람들이 섞여 있는 풍경이 참 장관이었다.
"우와... 엄청크다! 이런거 처음봤어요!"
"나도..."
입구로 보이는 곳에 가까이 가자 아까 줄서있던 수많은 사람들 이외에도 세계 각지에서 온 다른 사람들도 모여있었다.
정면에 있는 3개의 입구에는 각각 '中級','上級','最上級'이라고 적혀있었다.
"어! 내거랑 같은 글자다! 형! 누나! 감사했습니다! 저 먼저 가볼께요!"
'크리스'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最上級'이라고 적힌 입구로 총총 뛰어갔다.
"그래! 잘가, 크리스~ 보고싶을거야!"
저 멀리서 인사를 들었는지 '크리스'가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뭐야? 쟤 최상급이었어?"
"우리 '크리스'는 보나마나 최상급이지..."
넋빠진 얼굴로 멍하니 바라보는 다솜이의 뒤통수를 한대 쥐어박았다.
"아! 왜 때려!"
"에휴... 정신 좀 차려라"
하염없이 바라보고있는 다솜이를 뒤로하고...
'下級'이라고 적힌 출입문을 찾기위해 두리번 거렸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때마침 눈앞을 지나가는 천사를 붙잡고 물어봤다.
"저, 혹시 '하급'창고는 어디에 있나요?"
하급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인상을 찌푸리며 구석에 위치한 큰 창고를 가르켰다.
"아, 네... 감사-"
천사는 미처 인사를 하기도 전에 불쾌하다는 듯이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저런 싸갈머리 없는 천사를 봤나?"
뭐 알려준건 고맙긴한데 기분이 영 찝찝했다.
멀리서 얼핏 보았을때도 영 느낌이 안좋더만은
아니나 다를까 가까이서 보니 딱봐도 볼품없어 보이는 창고였다.
"이게... 창고야?"
"쓰벌..."
다른 사람들도 적잖이 실망한 눈치들이었다.
그때 입구에 앉아있는 천사들 중 한명이 먼저 말을 건냈다.
"아, '하급'창고 오신분들?"
"아, 네. "
"패는 여기 두시고, 원하는 물건 1가지씩 골라서 출구로 나오시면 됩니다. 이해하셨죠?"
"혹시라도 2개 이상 갖고 나오시다가 걸리면..."
"그냥 다 뺏어서 천계에서 추방시킬겁니다. 아시겠죠?"
그러고는 귀찮다는듯 다시 휴대폰처럼 생긴 네모난 박스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뭐 천사들은 하나같이 다 저런식이냐...
여하튼, 하나같이 기분나쁜 놈들을 뒤로하고 창고 내부로 향했다.
그래도 막상 안으로 들어오니 있을건 다 있어보이는 3층규모의 꽤 큰 창고였다.
선반위 천장까지 빼곡하게 진열된 수많은 무기들이 웅장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도 겉에서 보이는 것보다는 나름 정돈되어 있...기는 개뿔
창고 구석구석에 소복하게 쌓인 먼지, 누군가 탑쌓기 놀이라도 한듯 아무렇게나 방치된 장비들,
개중에는 도저히 천계의 장비로는 보이지 않는 상태의 심각한 장비들도 더러 있었다.
내가 과연 여기서 건질게 있기는 할까?
하나하나 일일히 뒤져보기에는 일주일이 걸려도 부족할 듯 싶었다.
"어! 금붙이다!"
"어디? 어디?"
"저리 꺼져! 내가 먼저 가져갈거야!"
"먼저 발견한 사람이 임자인거 몰라?"
먼저 들어온 사람들이 그나마 남은거라도 가져가기 위해 싸우기 시작했다.
창고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어딜가나 저런 사람들은 항상 있구나...
뭐,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지만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한산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감정 가능한 복수의 대상이 감지되었습니다. '진실의 눈'스킬을 활성하시겠습니까?]
"확인"
확인이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눈앞에 수많은 정보창들이 떠올랐다.
[권천사의 무뎌진 창(F)]
[천사의 낡은 방패(E)]
[천사의 요강(E-)]
[다 헤진 천사의 날개옷[D-]]
......
한번에 너무 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어우씨... 너무 많은거 아니야? 이러면 앞도 못 보겠는데?"
[편의기능 '필터'를 활성화하시겠습니까?]
"뭐야 이런 기능이 있으면 진작 말을 해주라고, 확인"
[□ : □대상 보기,□ : □대상 제외하고 보기]
[□F,□E,□D,□C,□B,□A,□S]
"오호... 왠지 자동사냥 돌릴때가 생각나는 그림인걸"
'천사들도 사실 인간이 하는 게임을 하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일단 F, E, D등급은 제외하고 검색"
[탐색중... 156,978,632의 대상중 총3,412개의 대상이 확인되었습니다.]
[경로탐색을 시전하시겠습니까?]
"오, 뭐야 제법 쓸만한 물건이 있네?"
"그러면 C까지 제외하고 재탐색"
[탐색중... 156,978,632의 대상중 총2개의 대상이 확인되었습니다.]
[경로탐색을 시전하시겠습니까?]
"확인"
[탐색된 경로가 표시됩니다.]
"경로를 어떻게 표시한다는거지?"
머지않아 파란색으로 표시된 화살표가 바닥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와... 이 스킬 진짜 말도 안되는데...?"
이 스킬을 만들어주신 높은천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아무튼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발을 옮겼다.
첫 번째 아이템은 꽤 멀지 않은 위치에 있었다.
+
[대천사 라파엘의 낡은 멸악검(B-)]
내구도 : 672/18
공격력 : 180/20(-160)
통솔력 : 30
수많은 악마들의 피와 오랜 세월의 풍파로 낡고 무뎌진 검입니다.
잘만 손본다면 일반적인 검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만큼 우수해 보입니다.
잠재기능 : 심판(B+)
효과 : 악마를 대상으로 한 모든 공격에 50%의 확률로 추가타가 1회, 25%의 확률로 2회 가해집니다.
※이 효과는 중복으로 적용됩니다
+
와... 스펙 지리네
한 4척 정도?되보이는 꽤 큰 검이었지만 평소 다솜이가 들고다니던 검과 무게가 비스무리했다.
"혹시 가져갈지도 모르니까 일단 들고가야겠지..?"
무식하게 큰 검을 머리 위에 이고 다음 화살표를 따라 걸어갔다.
너무 큰 검을 든 탓인지 어떤 자세로 들고가도 영 자세가 나오질 않았다.
"아씨... 버리긴 너무 아쉬운데"
그렇게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한 5분여 정도를 갔을까?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도 않을듯한 으슥한 곳에서 화살표가 멈췄다.
흠, 확실이 이런 곳이면 잘 안찾아볼만하네
[천사의 물레(C-)]
[천사의 반지(D+)]
...
근데 아이템이 어디에 있다는거야..?
주변의 아이템을 전부 뒤져봐도 B등급 이상의 아이템은 보이지 않았다.
높은 곳에 놓인 아이템을 보기 위해 방방 뛰어가며 찾아보던중...
-삐걱
"무슨 소리지?"
다시 발을 구르자 또 다시
-삐걱
"바닥에서 나는건가?"
이곳에서만 소리가 나는것이 영 미심쩍어 바닥을 더듬어보았다.
어라, 이거 잘하면 들춰지겠는데?
혹시 여기 숨겨놓은거아니야?
"흐읍..!"
옆에 놓인 얇은 막대기를 지렛대 삼아 바닥을 들춰올리자 작은 공간이 드러났다.
그곳에는 마대 한 자루와 너클처럼 보이는 물건이 함께 있었다.
[인식중...]
+
[No.13 유다 이스카리옷의 돈주머니(S-)]
내구도 : 30/30
공격력 : ?
예수를 배신한 사도, 그리스도인 사상 최악의 죄인
거대한 계획의 톱니바퀴...
숨겨진 능력 : ?
+
"뭐야... 이건"
일단 이상해보이는건 나중에 열어보고, 이 너클은 뭐지?
[감정실패, 등록된 물건이 아닙니다.]
이런 경우도 있나?
너클을 자세히 보니 어딘가 익숙한 글자가 적혀있었다.
"e..c..i.t.s.u.j..? 에씻..ㅅ 이건 무슨 글자람?"
그러고는 마치 무언가에 이끌린 것처럼 너클을 손에 끼웠다.
분명 오늘 처음 본 물건이었지만 마치 오랫동안 함께했던 물건처럼 어딘가 익숙했다.
"젊은친구가 안목이 참 좋네!"
"으악!"
기척조차 없이 어깨에 올라온 손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네, 뭘 그리 놀라나! 천사 처음 보는 사람처럼!"
어깨를 다 덮을기세로 내려온 검은 곱슬머리,
내 키는 훌쩍 넘어보이는 거대한 지팡이,
허리옆으로 멜빵끈 마냥 길게 늘어트린 수통,
등에는 바리바리 싼 봇짐을 매고있는
얼굴빼고는 다 이상한 괴짜천사.
이것이 나의 스승이자 가장 소중한 은인...이면서
가장 끔찍히도 싫어하는 대천사 '라파엘'과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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