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전開戰>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아 진짜... 이시간에 누가 자꾸 전화질이야?"
-짤그랑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소주병들이 발에 채였다.
"아오... 머리아파 어제 너무 마셨나"
휴대폰 화면을 켜자 오소소 소름이돋았다.
"부재중전화가... 99통?"
070으로 시작하는 전화가 2통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김다솜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하, 얜 또 아침부터 난리야... 웁- 우웁-"
과음의 후유증일까, 갑작스레 구역감이 몰려와 곧장 화장실로 달려갔다.
"어우씨... 아침은 다 먹었네"
아닌 낮부터 거사아닌 거사를 치르고나니 문득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
"혹시 어제 일이 다 꿈이었지 않을까? 눈뜨면 막 스킬이 다 복구되고-"
[사용 가능한 스킬 0개]
불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다.
-띠리링... 띠리링...
때마침 답신을 하려던 찰나에 김다솜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
"야!!!! 전화는 왜 이렇게 안받아! 자살이라도 한줄 알았잖아!"
-문득 시계를 보니 이미 오후2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좀 오래 자기는 했네.
"미안, 내가 어제 술을 많이 마셔서 못 받았네"
"암튼, 죽진 않았으니까 다행이긴 하네..."
"걱정해줘서 고맙고, 용건 더 없으면 이제 끊는다?"
"와 진짜 알고는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정없는 놈이였냐?"
"예?"
"기분 우울할때 집에만 있으면 더 우울해져, 퍼뜩 나와라 누나가 맛있는거 사줄께! 맛있는거 먹으면 너도 기분 좀 좋아질걸?"
"그건 너니까 그러-"
"뒤진다"
"암튼, 7시까지 준비해서 홍대입구로 와! 안오면 진짜 뒤져! 그럼 오는거로 알고있을께!"
"야 잠깐!"
-띠리링
이건 항상 지 할말만 하고 끊- 아휴... 말을 말아야지
뭐 자기딴에는 나 생각해줘서 이러는거겠지만서도... 얘랑 다니면 피곤한데...
이래저래 궁시렁 거리면서도 마지못해 약속장소로 향했다.
"강현!"
저 멀리서 열심히 손짓하는 사람이 보였다.
어두운 항공점퍼에 흰색모자를 눌러쓴 모습이 영락없는 다솜이였다.
신호등이 바뀌자마자 쏜살같이 달려와 헤드락을 걸었다.
"안오면 어쩌나 했는데 오긴왔네!"
"야이... 그나저나 어디 갈건데 봐둔데는 있어?"
"아니? 당연히 지금부터 찾으러 다녀야지?"
하... X됐다 벌써부터 피곤하다.
"야, 강한강한 오늘 마라탕 떙기지 않냐?"
"그래, 그럼 그거 먹자"
"아니다, 아니다. 갑자기 고기 개땡기는데 삼겹살에 소주 한 잔?"
"그것도 좋지.."
"하... 근데 또 곱창도 먹고 싶은데..."
X발 내가 이래서 안나올려고 했-
"야 너 방금 X발이라고 했지"
"뭐야, 속으로 얘기했는데"
"이렇게 신중하게 골라야 후회를 안하지!"
"아니 어차피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다니까... 어차피 너 다 먹고나서 또 괜히먹었다 이럴거잖아. 내가 너를 한두번보냐?"
"너 T발 C야?"
"그러니까 내 말은 그냥 적당한데 가서 먹자ㄴ-"
[오랜만입니다. 지구인 여러분들] 모든사람이 스킬을 등록받았던 그때 그날처럼
정체모를 누군가가 상태창을 통해 또 다시금 말을 걸어왔다.
"어..? 이거 지금 나만 보이는거 아니지?"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
[어제 잠깐 맛보기로 보여드렸던 이벤트는 다들 즐거우셨나요?]
아무래도 이거 영 느낌이 안좋은데...
"뭐야? 이거"
"야, 너도 지금 이거 보이냐?"
"엄마... 하늘에 이상한게 떠있어!"
[그렇게 은혜로운 은총을 받고도 고작 '튜토리얼'단계에서도 죽은 벌레들이 많기도 하더군요...]
-잠깐 방금 벌레라고 한 것 같은데...
[하지만 괜찮습니다! 역경과 고난을 헤치고 살아남은 7,403,268,941명의 분들이 계시니까요!]
"이거 뭐야? 지금 이거 꿈꾸고 있는거 아니지?"
-그런데 그 드럽게 센 늑대가 고작 튜토리얼용 이었다고?
[제가 누구인지 많이들 궁금해 하는 것 같네요. 저의 이름은 '미카엘'입니다]
"미카엘이면 천사 아니야? 아니 천사가 왜 이런..."
"오! 할렐루야 주님!"
몇몇 사람들이 주저앉아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웅얼거리기 시작했다.
[그쪽세계에서는 천사라고 부르려나요?]
[아무튼 각설하고, 제가 이렇게 여러분 앞에 서게된 이유는... 여러분께 '종말의 날'에 대해 알려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들중 대부분은 모르시겠지만 이 세상에는 천계, 중간계, 마계 모두 3가지의 세계가 존재한답니다.]
[그리고 평소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특정주기마다 천사나 악마가 넘어올 수 있을만큼 그 결계가 약해진답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약 1년후 세계의 결계가 가장 약해지게 된답니다...]
[마계는 그때마다 다리 역할을 하는 중간계를 점령하기 위해 악마들을 보냈고...]
[그때마다 천계와 중간계는 살아남기 위해 전쟁을 벌였고 수많은 무고한 생명들이 죽어나갔지요...]
[그리고 이번에는! '마계'의 수장 '루시퍼와 사탄'까지 전쟁에 가세한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루시퍼?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그러나! 그분께서는 여러분들이 무력하게 죽어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여러분 모두에게 자신의 은총을 내리셨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은총은 아마 여러분들에게 스킬이라는 형태로 발현됐을겁니다!]
"아, 그런거였구나..."
-저 사람은 저걸 왜 납득하고 있는거지? 근데 왜 나한테는 은총 안줘?
[지상계에 있는 모든 여러분! 모두 힘을 합쳐 악마들을 토벌합시다! 당신들의 세상을 짓밟으려는 자들에게 당신들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보여주세요!]
-쿠콰쾅!!
상태창을 다 읽기가 무섭게 우뢰와 같은수많은 빛들이 지상으로 쏟아졌다.
"으아악! 내눈!!"
바로 10m 남짓한 곳에 떨어진 빛에 일부 사람들이 눈을 붙잡고 쓰러졌다.
그리고 빛이 떨어진 곳에는 뿔 문양과 날개 문양이 반반씩 섞여있는 높이가 4m남짓한 거대한 문이 생겨났다.
[보이시는바와 같이 방금 전세계에 수많은 '통로'들을 내려드렸습니다.]
['마계'와 '천계'를 오직 여러분들만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통로랍니다.]
[악마를 토벌하면 천계에서 더욱 많은 은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강한 은총들을 통해 더 강한 악마들을 궤멸하는 겁니다!]
[부디 많은이들이 살아남기를 바랍니다. 모두 건투를 빕니다!]
"강현아, 이거... 꿈은 아니겠지?"
"아무래도... 꿈은 아닌것같은데?"
눈앞에 편쳐진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광경에 모두들 넋을 잃었지만
모든것들은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
"차라리 꿈이면 좋았을텐데..."
장난기 많아보이는 남자애들 몇몇이 문 앞으로 몰려들었다.
"야, 가위바위보 진 사람이 들어가기? 콜?"
"오케이 콜, 안 내면 진거 가위 바위 보!"
"아이씨!"
"이런건 원래 하자고 한 사람이 걸려~ 졌으니까 빨리 들어가! 쫄?"
"응~ 안쫄"
거대한 문으로 손을 가져가자 빨려들어가기라도 하듯 순식간에 안으로 사라졌다.
"야... 이거 ㅈ된거 아니냐? 혹시 죽는거 아니야?"
모두가 정적속에 그 소년이 밖으로 무사히 빠져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5분... 10분 시간이 흘러가도 나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자 사람들은 하나둘씩 흩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있으면 안될 곳에서 도망치는것 마냥
"우리도 이제 가자..."
도대체 저 문은 뭘까? 우리를 시험하려는 누군가의 소행인걸까?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저문으로 들어가기에는 너무 위험해보였다.
"그래, 가자"
뒤돌아서 한20걸음 정도 발을 옮겼으려나?
걸어왔던 문쪽에서 아주 밝은 빛이 뿜어져나왔다.
-뭐지?
다솜이와 내가 합이라도 맞춘듯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아까 들어갔던 그 아이의 몸에서 영롱할 정도의 광채가 뿜져나오고 있었다.
다솜이가 경악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건... 뭐야?"
'최후의 날'까지 남은시간 8714:58:25
사용 가능한 스킬 0개
+
『소화까지 남은시간 04:3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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