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창작물

스킬 0개로 시작하는 헌터생활 - 4편

greentworkshop 2024. 12. 9. 22:58

<비극의 서막, 그리고...>

공기를 찢는 소리와 함께 묵직한 충격이 온몸에 전해졌다.
-쿠웅!
"으으... 더럽게 아프네 앞발에 채인건가?"
순식간이었지만 찰나의 순간에 몸을 비틀어 치명상은 면한 것 같다.
가드를 올려 막은 왼쪽 팔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상처가 심했다.
"강현!!"
"크르르르..."
다솜이의 입에서 튀어나온 듯한 절규에 가까운 비명소리가 놈의 이목을 끌었다.
"오... 오지마!"
늑대를 위협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목검을 휘둘렀다.
-탁!
앞발에 채여 날아간 목검이 마치 장난감처럼 맥없이 부서졌다.
"아...  제발... 죽기싫어!!"
그것이 거대한 앞발을 쳐들어 다솜이를 짓누르려던 찰나
주먹보다 조금작은 돌맹이가 그것의 눈을 강타했다.
"크웡!"
'지금이다'
늑대가 고통스러운듯 내지른 외마디 비명소리와 동시에 스킬을 발동했다.
"크웡!"
예상치 못한 포효에 짧은 순간이지만 늑대의 몸이 경직되었다.
1초 채 남짓할 정도로 짧은 빈틈이었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오른발에 온 힘을 집중해 벼락같이 튀어나갔다.
다리에서 '뿌드득'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온힘을 다해 쇠막대기를 놈의 목에 찔러넣었다.
"됐ㅇ-"
채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날아온 공격에 또 다시 내동댕이쳐졌다.
격통에 순간 정신을 잃을 뻔 했지만 간신히 정신을 붙잡아 기절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제 오른쪽 팔에는 힘조차 들어가지 않는다.
아마도 부러진거겠지... 빌어먹을
"흐윽... 흑..."
숨쉴때마다 폐가 칼에 찔리는 듯이 아파온다
갈비뼈도 한 두어개 정도 부러진 것 같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아까 다리에 찔러넣은 쇠꼬챙이가 저놈에게 꽤 치명적이었던 것 같다
숨쉬는것도 저렇게 힘들어 보이니 아까처럼 달려들지는 못하겠지.
"크륵... 크르륵..."
피가 섞인 듯한 울음소리, 곧 저 녀석도 죽겠-"
"크워어어어어!"
귀가 먹먹해질정도로 큰 소리가 메아리쳤다.
"제기랄... 이 정도로도 부족했던건가"
커다란 몸집을 돌려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것이 보였다.
"그래, 어디 끝까지 한번 해보자고!"
오른팔을 올려 가드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왼쪽 팔은 이미 망가졌고, 부러진 갈비뼈 때문에 이제 숨쉬는 것 마저 고통스러워졌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말로 간신히 정신만 붙잡고 있었다.
머지않아 설상가상으로 시야마저 뿌옇게 변했다.
"여기까진가..."
'쿵'하는 소리와 함께 눈앞이 까마득해져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아주 잠깐,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눈 앞에 파란 빛이 스쳐지나갔다.


......
"뭐야, 여긴... 어디야?"
일어나보니 사방이 온통 하얀 공간에 와 있었다.
"여긴 천국인가?"
"아까 상처는..."
눈씻고 봐도 작은 생채기 하나조차 없었다
혹시 꿈인가? 차라리 내심 꿈이길 바라며 볼도 꼬집어봤다
젠장... 역시 별 느낌이 없다.
"나 진짜로 죽은건가..."
"하핫... 다 부질없었네"
"다솜이는 어떻게 됐으려나..."
수많은 아쉬움들이 남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내가 좀 더 강했더라면..., 하나라도 좋으니 제대로된 스킬이 있었더라면...
이제 다 끝난 일인데 이상하게 눈물이 흘렀다.
가슴이 답답했다.
"그래, 이왕 죽은거... 다 놓아버리지 뭐"
그래서 그냥 다 놓아버렸다.
그러자 가슴속 깊이 늘 억누르고만 살았던 부정적인 감정들이 나도모르게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부정적인 감정들이 쌓이고 쌓여 작은 원망이 되었다.
처음에는 나 자신을 향했던 원망이 점점 불어나 더 많은 것을 가진 다른 이들을 원망하기 시작했고
다른 이들을 향했던 원망은 또 다시 추악하게 커져 날 버린 세상을 원망했다.
그렇게 한참을, 아니 어쩌면 억겁(億劫)을
내게 주어지지 않은 것들에 대해 절망(切望)했다.
그러고는 또 다시 무정한 세상에 절망(絶望)했다.
절망(絶望)하고 또 절망(切望)하며. 끝없이 저주했다.
그 광활하고 드넓은 공간이 어둠으로 물들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까지
모두를 저주했다.
그리고 그 광활한 어둠안에는 커다란 눈 하나가 있었다.
『흥미로운 생명체...』
『마음에 들어』
『내가 이뤄줄게... 네 소원』
"무슨 소리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왠 거대한 눈 하나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분명 놀라야 할 상황이었지만 날 보는 시선이 어딘가 따스하게 느껴졌다.
그 커다란 눈은 점점 작아져서 마침내 내 주먹만한 크기가 되더니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뭐지?"
그러더니 가슴안에 아주 깊고 어두운 구멍 하나가 생겨났다.
이윽고 하늘을 가득 채우던 어둠이 그 구멍으로 빨려들어가듯 빠르게 모여들었다.
"이제 다 끝난건가?"
안도하려는 찰나 구멍에서 거대한 입이 튀어나와 나를 집어 삼키려고 하였다.
"으으아아악!!!"
......

-철커덩
"허억...허억...허억..."
어딘가 익숙한 풍경... 양 옆으로 쳐져있는 가림막,
그리고 손을 잡고 잠들어있는 다솜이의 모습이 보인다.
-삣...삣...삣...삣...
"뭐야, 꿈이였나...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했는데"
가슴에 구멍은 없는걸 보니 꿈이었나...
"흐음... 몇시지? 어...어..어!!! 너 언제 일어났어!"
"아 그게-"
"으아아앙... 일주일동안 누워만 있어서 난 너 못 일어나는 줄 알고...."
많이 놀라긴 한 모양이다. 
그래도 어렸을 적에도 남자애랑 치고받으면서도 눈물한 번 보인적 없었는데...
하긴 나도 일주일동안 누워만 있었으면 걱정되긴 했을 것 같다.
"흠! 흠!"
건너편 환자베드에서 은근히 눈치를 주었다.
"아... 시끄럽게해서 죄송합니다!"
금새 정신이 들었는지 황급히 눈물을 감추며 껴안은 팔을 풀었다.
"아... 그 방금 그건..."
자기도 짐짓 당황한 모양이다.
"근데 지금 무슨 상황이야? 난 여기 어떻게-"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돔 모형의...
"아! 그렇지 너 아직 뉴스 못 봤지!"
-촤르륵
병실 모서리에 놓인 TV에서는 피해상황을 보도하는 뉴스가 한창이다.
-지금까지 추산된 국내 사망자 및 실종자는 대략 643만명으로...
"꽤 많이도 죽었네 643명 이나..."
"아니, 643만명이야..."
"643만..?"
-전 세계 사망자수는 현재까지 최소 7억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잠깐... 그럼 우리 부모님은-"
"내가 제일먼저 다 확인했지, 그나저나 우리만 그런 일을 겪은게 아니였어..."
아, 다행이다... 정말로...
"너가 늑대를 못 쓰러트렸으면 아마 우리도 저 사람들 중 하나가 됐겠지"
"그렇겠지..."
잠깐, 늑대...? 아, 맞다. 그 큰 놈. 그놈이 쓰러졌다고? 누구한테?
문득 내가 쓰러졌던 이후의 상황이 궁금해졌다.
"그 늑대는 너가 마무리 한거야?"
"아니? 너가 급소를 제대로 노렸나 보더라고... 너 쓰러지고 바로 쓰러지던데?"
그렇게 된거였나, 괜히 걱정하고 있었네 기왕 쓰러질거면 좀 빨리 쓰러질 것이지...
"그리고 그 늑대가 그림자속으로 사라지는거 있지!"
"늑대가 없어지까 레벨이 오르더라고! 그래서 이 누나가 벌써 5lv을 달성했단거 아니야!"
"그리고 너 업고 병원까지 달려오는데 어찌나 살이 떨리던지-"
이 상황에서도 저렇게 아이같이 천진난만하네...
"뭐 그런점이 매력이지만..."
"음..? 뭐라고?"
"별거 아니야"
-덜커덩
때마침 의사가운을 입은 남자가 병실로 들어왔다
"어? 벌써... 일어나셨어요?"
"아, 네! 덕분에 멀쩡해졌습니다!"
내 대답을 들으신 의사선생님은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셨다.
그러고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안경을 고쳐쓰고 차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15군데 부분골절에 팔 부위 분쇄 골절... 총 28군데 골절이 있었는데, 허허허..."
"일주일만에... 허허허 요즘 초인들은 다들 참 건강해서 보기 좋네요..."
"혹시 오늘 퇴원해도 될까요?"
"예, 뭐 마음대로 하세요. 어차피 다른 분들도 퇴원하지 말라고 해도 안 들으시던데요. 허허허"
어쩐지 돌아서는 의사선생님의 뒷모습이 쓸쓸해보였다.
-이제 슬슬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하나...
훗날 그가 의사를 그만두고 '미치광이 고문가'라는 이명을 얻게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아 그나저나 강현, 너 지금 몇레벨이야?"
"나?"
"그렇게 큰 늑대를 혼자 잡았는데 당연히 나보다 훨씬 높겠지?"
"그렇겠지..?"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레벨이 높은 사람은 11lv이라고 하더라고! 누가 알아? 너가 그 기록을 깰지?"
나도 그렇게 강한 괴물을 쓰러트렸는데. 얼마나 강해졌을지 꽤 기대가 됐다.
"상태창 오픈"
"지금 몇 레벨이야?"
"잠깐만... 메세지 13개?"
"확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파란 화면이 눈앞을 가득 메웠다.
"와... 지린다"
"뭔데? 뜸들이지 말고 빨리 좀 말해줘봐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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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하지 않은 메세지가 13건 있습니다.]
'최후의 날'까지 남은시간 8560: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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