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태창 >
어느날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 눈앞에 글자가 떠올랐다
생전 처음보는 글자였지만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었다.
- 지구 차원의 모든 생명체 데이터 동기화중... -
- 27%진행중... -
- 48%진행중... -
- 78%진행중... -
- 99%진행중... -
- 8,256,327,201생명체의 동기화 완료 -
- 모든 지구인들의 생존을기원합니다 -
- '심판의 날'까지 남은시간 8759:59:58 -
단 한명의 사람을 제외하고 말이다
- 데이터 동기화중 치명적인 결함 발생 -
- 데이터를 다시 로딩합니다 -
- 로딩실패 -
- ¿ξㅱщㆋŧ%~ -
- 8,256,327,201생명체의 동기화 완료 -
- 모든 지구인들의 생존을기원합니다 -
- '심판의 날'까지 남은시간 8759:59:58 -
"어..? 뭔가 이상한글자를 본 것 같았는데"
"방금 이상한 숫자가 막 떠오르던데?"
"'심판의 날'이 뭐지?"
전세계가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했다.
각국의 대통령들이 시시각각으로 성명을 발표했고
임시방편이었지만 나름대로 꽤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이미 전세계에는 격변의 바람에 불어오고 있었다.
단 한 명의 사람을 제외하고 말이다.
"아침부터 저게 뭔 개소리야..?"
서울 한 노원구의 아파트단지
아침 뉴스가 틀어진 TV에서는 지구멸망에 대해 토론하는 전문가들이 보인다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를 믿어야 천국에 갈 수 있습니다."
"헛소리 집어치우시고, 이 '상태창'이라고 불리는..."
"이 양반이 그리스도가 뭐 어째?"
"이거나 먹어라 강타!"
"아악!"
늘 보던 익숙한 광경에 왠지 짜증이나 TV전원을 꺼버렸다.
"지구멸망? 상태창? 전문가들이라면서 같잖은 소리들만 늘어놓는 꼴이라니"
"에휴, 말세야말세"
담배 한개비를 입에 물고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었다.
떡진 머리, 거뭇거뭇한 수염, 후줄근한 옷차림
전형적인 백수의 모습이다.
지금은 이래보여도 한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꽤 이름있는 대기업의 직원이었다.
빌어먹을 구조조정으로 해고되지만 않았더라면...
그래도 군적금, 회사 퇴직금,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아득바득 모은 월급까지 합치니
서울 외곽에 번듯한 아파트 한채 정도는 장만할 수 있었다.
"그래 나 정도면 성공한 인ㅅ..."
"상태창 오픈!"
"워터볼!"
아침 대낮부터 시끄럽게 떽떽거리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에휴, 요즘 어린것들은..."
"스테이터스 오픈!"
"헤이스트!"
아이의 목소리라기엔 다소 굵은 음성이 들린다
"음? 놀아주는 어른이 있는건가?"
"이거 내려가서 한소리 해야...... 어... 어?"
눈 앞에 펼쳐진 비현실적인 광경을 넋을 잃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손에서 물을 만들어내는 아이, 주먹으로 나무를 쓰러트리는 사람, 자동차만큼 빠르게 달리는 사람
소설속에서나 볼법한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있었다.
"이거 잠이 덜깼나..?"
급히 세수를 마치고 평소 자주 들리는 커뮤니티를 확인했다.
- 님들 이거 상태창 스킬등급에 E라고 써져있으면 Ex말하는거 아님? -
ㄴ ㅇㅇ 걍 미친 놈(EX) - ㅇㅇ -
ㄴ 걍 리세돌리셈 - ㅇㅇ -
ㄴ 난 B등급이던데 ㅋㅋㄹㅃㅃ - ㄴㅇㄱ -
ㄴ 걍 엑스트라노ㅋㅋㅋ
"스킬? 상태창? 눈앞에 보이는 파란 창?"
"난 아무것도 안뜨는데?"
"이거 X된건가, 웹툰에서는 바로바로 뜨던데..."
혹시 나같은 사람들은 없을까 한참을 인터넷을 뒤졌다.
한참을 스크롤을 내리던중 '100만원에 상태창 열어드립니다.'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댓글을 살펴보니
ㄴ 이 새끼 사기꾼임 IP바꾼것 같은데 '헤이스트'써서 내 돈만 빼감 -ㅇㅇ-
ㄴ 나도 털림 이 새x ㅈㄴ빠름 - ㄴㅇ -
만나면 안될것같다는 느낌이 마구 들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댓글을 남겨봤다
댓글을 단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무렵 개인메세지로 답장이 왔다.
"1시까지 강변역, 결제는 현금으로"
시계를 보니 12시20분 정도였다.
지금 출발해면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정도의 거리였다.
후딱 모자만 눌러쓰고 강변역으로 향했다
집에서 지하철역까지의 거리는 5분 남짓할정도의 짧은 거리였지만
그 짧은 사이에 스킬(?)을 사용하는 사람을 여럿 마주쳤다.
벽을 타고 올라가는 사람, 팔이 길게 늘어나는 사람, 하늘을 걷는 사람...
나도 상태창을 띄우면 저런 능력을 사용할 수 있을까?
부푼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서둘러 약속장소로 향했다.
시계바늘은 벌써 1시 5분을 지나고 있었다.
"너무 늦었나..?"
"저... 혹시 상태창 열어달라고 하셨던...분이신가요?"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작은 여자아이가 말을 건넨다.
"아! 네 그 상태창 열어주신다..아악!"
눈 앞에서 파란색 불빛이 번쩍하며 앞으로 나자빠졌다.
눈을 떴을때는 흰 천장만 보였다.
"환자분! 정신이 좀 드세요?"
"제 손가락이 몇 개인지 맞춰보시겠어요?"
의사가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어 좌우로 흔든다
"......0개?"
"어이구 이거 머리를 심하게 다쳤나본데..."
"사용가능한 스킬이... 0개?"
"x바아아아아알!!!!!!!!!"
병원을 가득 메운 비명소리에 놀란 간호사 몇명이 후다닥 뛰어온다.
"임간호사 얼른 붙잡아!"
"네! 선생님"
마치 씨름선수가 연상되는 거구의 여성이 달려와 뼈가 으스러질만큼 강하게 팔로 안았다.
"잠ㄲ!끄아아아악!!"
- 패시브 스킬 : 고통내성(하)가 생성되었습니다 -
- 패시브 스킬 : 자연회복(하)가 생성되었습니다 -
"으어어어..."
"어라..? 환자분! 정신차리세요!!"
대기업에서 해고당한 백수신세에서 내팔자는
이날 이후로 완전히 달라지게되었다.
- '최후의 날'까지 남은시간 8744:48:55 -
- 사용 가능한 스킬 0개 -
- 활성화된 패시브 스킬 2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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